2026-07-30 · 유하준 (책임연구원)

재래시장은 왜 다시 붐빌까? 전통시장 일곱 곳 관찰 기록으로 본 노포·청년몰·외국인 관광객이 뒤섞인 시장 풍경의 변화

#전통시장#재래시장#생활문화#전통시장활성화#청년몰#온누리상품권#광장시장#시장문화#라이프스타일

재래시장은 왜 다시 사람으로 붐비기 시작했을까?

핵심부터 말하면, 재래시장이 다시 붐비는 이유는 물건값이 싸서가 아니라 시장이 사람을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전통시장 총매출은 2024년 30조1000억원으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30조원대에 다시 올라섰고, 시장당 하루 평균 매출도 2022년 5000만원대에서 2024년 7000만원을 넘겼습니다. 저는 넉 달 동안 서울의 전통시장 일곱 곳을 반복해 걸으며, 좌판 앞에서 흥정하던 풍경이 사진을 찍고 컵에 담긴 먹거리를 들고 걷는 풍경으로 바뀌는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이 글은 그 관찰 기록입니다.

목차

시장 일곱 곳을 걸으며 적은 것들

관찰을 시작한 첫날, 저는 오전 열한 시의 망원시장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손에는 수첩 하나와 얇은 커피 한 잔이 있었고요. 예전 같으면 장바구니를 든 중장년 손님이 대부분이었을 시간인데, 그날 입구에서 셋을 세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간판을 찍는 20대 서넛이 먼저 지나갔습니다. 닭강정 가게 앞에는 이미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고, 그 줄의 절반은 시장 봉투 대신 종이컵을 들고 있었습니다.

시장마다 시간대별 풍경이 달랐습니다. 저는 방문할 때마다 입구에서 15분간 지나가는 사람 100명을 세어 대략적인 연령대를 적었는데, 평일 오전에는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었지만 주말 오후 두 시~네 시 사이에는 2030 비중이 40퍼센트 가까이 올라가는 시장이 세 곳 있었습니다. 광장시장, 망원시장, 그리고 통인시장이었습니다. 반대로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어느 재래시장은 주말에도 연령대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같은 '전통시장'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결이 이렇게 갈렸습니다.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한 가지 패턴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시장에는 공통적으로 '서서 먹을 수 있는 자리'와 '사진이 잘 나오는 골목'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과 구경하러 온 사람의 비율이, 붐비는 시장일수록 뒤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건 손에 든 물건의 변화였습니다. 예전 시장 풍경을 떠올리면 검은 봉지에 담긴 채소나 생선이 먼저 그려집니다. 그런데 제가 센 100명 가운데 붐비는 시장에서는 종이컵이나 일회용 용기에 담긴 먹거리를 든 사람이 장바구니를 든 사람보다 많은 날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사는 물건이 '집으로 가져갈 저녁 찬거리'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먹을 간식'으로 옮겨 간 셈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시장의 성격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 주는 지표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좌판의 구성도 그에 맞춰 조금씩 바뀌고 있었습니다.

시장이 비어가던 시기, 무엇이 바뀌었나

지금의 붐을 이야기하기 전에, 시장이 오래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장보기가 자리 잡으면서 재래시장은 '불편하고 낡은 곳'이라는 인식에 오래 눌려 있었습니다. 주차가 어렵고, 카드가 안 되는 점포가 많고,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아 흥정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시장을 걷다 보면 문을 닫은 채 셔터에 임대 안내가 붙은 점포를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변화의 방향은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의 오래된 지원입니다. 아케이드 지붕을 씌우고, 화재 안전 설비를 넣고, 청년상인 점포를 한데 모은 청년몰을 조성하는 사업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25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에도 시장경영 패키지, 특성화시장 육성, 청년몰 활성화, 안전관리가 나란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청년몰은 청년상인 점포가 60퍼센트 이상이어야 하고, 시장당 최대 4억원까지 공용공간 개선과 공동 마케팅을 지원받습니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 쪽의 변화입니다. 시장을 '장 보는 곳'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어떤 세대에게 시장은 어릴 적 기억이 없는, 오히려 낯설어서 새로운 공간입니다. 낡은 간판과 좁은 골목, 손으로 부친 전과 김이 오르는 국밥이 그 자체로 하나의 배경이 된 겁니다. 이 대목이 제 관찰 기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장면이었습니다.

노포와 청년몰이 한 골목에 섞이는 풍경

한 줄로 요약하면, 지금 시장의 풍경은 오래된 노포와 새로 들어온 청년 점포가 같은 골목에서 손님을 나눠 갖는 모습입니다.

제가 특히 오래 지켜본 곳은 어느 시장의 청년몰 구역이었습니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순대국을 팔아 온 가게 바로 옆에, 수제 맥주와 타코를 파는 청년 점포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손님층이 완전히 갈릴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밥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중년 손님이 나오는 길에 옆 청년 점포의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반대로 청년몰을 찾은 손님이 돌아가는 길에 오래된 반찬가게에서 밑반찬을 사 가는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구분노포 점포청년몰·신규 점포
주 방문 시간대평일 오전\~점심주말 오후\~저녁
주 고객층인근 주민, 단골2030, 외국인, 나들이객
결제 방식현금·온누리상품권 비중 높음카드·간편결제 중심
머무는 시간짧고 목적형길고 체류형

흥미로운 건, 이 둘이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손님의 체류 시간을 함께 늘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새 점포만 있으면 뜨내기 상권이 되기 쉽고, 노포만 있으면 새 손님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두 층이 한 골목에 섞여 있을 때 시장은 '하루를 보내는 곳'이 됐습니다. 다만 모든 청년몰이 성공한 건 아니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닿지 않는 2층이나 시장 끝자락에 조성된 청년몰은 문을 닫은 점포가 더 많았고, 그때 부터 빈 점포가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도 눈에 띄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바꾼 시장의 동선

외국인 관광객은 이제 시장 풍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전 세계 기준 '광장시장(Gwangjang Market)' 검색량은 2021년 10 이하에 머물다가 2026년 들어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습니다. 광장시장 마약김밥과 빈대떡 골목은 평일 낮에도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으로 가득했습니다.

동선의 변화도 관찰됐습니다. 광장시장이 지나치게 유명해지자, 더 로컬한 분위기를 찾는 외국인들이 망원시장과 통인시장 쪽으로 옮겨 가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망원시장은 인근 망리단길과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동선, 닭강정 같은 손에 들고 걷기 좋은 먹거리 덕분에 청년층과 외국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한번 은 통인시장에서 엽전을 사서 도시락을 만들어 먹는 '엽전 도시락'을 체험하는 외국인 일행을 20분 넘게 지켜봤는데, 이들에게 시장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한 나라의 일상을 체험하는 무대에 가까웠습니다.

이 변화는 상인에게 기회이자 부담이었습니다. 매출은 늘지만,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들었습니다. "구경은 많은데 사 가는 사람은 예전 같지 않다"는 어느 반찬가게 사장님의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붐빈다는 것과 팔린다는 것이 늘 같은 뜻은 아니었습니다.

결제와 배달, 디지털이 들어온 자리

시장에 들어온 가장 조용한 변화는 결제였습니다. 비씨카드가 2022년부터 분석한 전통시장 결제 데이터에서 매출은 2년 새 15.8퍼센트 늘었고, KB국민카드 조사에서도 비슷한 증가율이 나타났습니다. 카드와 간편결제 단말기를 놓는 점포가 늘면서, '시장은 현금만 된다'는 인식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도 시장 경제의 큰 축입니다. 다만 여기서 세대 격차가 드러났습니다. 카드형과 모바일형이 디지털로 통합되면서, 정작 시장의 오랜 주 고객인 고령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에서 70대 사용 비중이 5퍼센트에 그쳤다는 조사도 있었고요. 앱을 켜고 충전하고 결제하는 과정 자체가 어떤 손님에게는 문턱이었습니다.

배달과 온라인 주문도 시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2025년부터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배달 서비스, 온라인 주문, 라이브커머스 연계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켜본 한 반찬가게는 오후가 되면 사장님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배달 주문을 확인하고 포장을 하느라 손이 바빴습니다. 다만 이런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상인과 그렇지 못한 상인 사이의 간격이, 같은 시장 안에서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책의 방향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제한 업종이 완화된 뒤 새로 등록된 가맹점의 상당수가 서울과 경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시장은 매출이 오르는데, 주택가 안쪽의 오래된 시장은 그 흐름에서 비켜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관찰 기록에서도 붐비는 세 시장과 조용한 나머지 시장의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조금씩 벌어지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전통시장 부활'이라는 말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현실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붐비는 시장의 성공 공식이 모든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넉 달의 관찰이 남긴 가장 분명한 결론이었습니다.

변화 항목관찰된 내용
결제카드·간편결제 점포 증가, 현금 전용 점포는 감소
상품권온누리상품권 디지털화, 고령층 사용률 낮음
배달반찬·먹거리 중심으로 배달 주문 유입

시장을 다시 걷는 사람들을 위한 관찰 안내

시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읽으며' 걷고 싶다면, 몇 가지 순서로 걸어 보길 권합니다.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 첫째, 입구에서 잠시 서서 사람의 흐름을 봅니다. 어느 방향으로 사람이 몰리는지만 봐도 그 시장의 중심 골목이 어디인지 금방 보입니다.
  • 둘째, 노포와 새 점포가 섞인 구간을 찾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새 간판이 나란히 붙은 곳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은 자리입니다.
  • 셋째, 한 가지는 꼭 사서 먹어 봅니다. 구경만 하면 풍경이지만, 하나라도 사면 그 시장의 손님이 됩니다.

시간대는 평일 오전과 주말 오후를 각각 한 번씩 가 보면 좋습니다. 같은 시장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는지, 한 번 도 안 가 본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반복 방문이 관찰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한 번의 방문은 인상이고, 여러 번의 방문이 쌓여야 비로소 풍겅의 변화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산 것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해 보는 것도 권합니다. 할인 혜택을 챙기는 동시에, 그 돈이 대형 유통망이 아니라 골목 상인에게 곧장 간다는 감각을 직접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다시 걷는 일은 결국, 사라져 가던 일상의 한 형태를 이곳 저곳 되짚어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FAQ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은 다른 말인가요? 거의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지만, 낡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2000년대 이후 '전통시장'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법령과 지원사업에서는 전통시장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왜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나요? 가격보다 경험 때문입니다. 낡은 간판과 좁은 골목, 서서 먹는 먹거리가 어떤 세대에게는 익숙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고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됐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가 겹치면서 시장 자체가 하나의 '핫플레이스'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카드나 간편결제가 되나요? 점포마다 다르지만 예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카드와 간편결제 단말기를 놓는 점포가 많아졌고, 결제 데이터상 시장 매출도 함께 늘었습니다. 다만 오래된 노포 중에는 여전히 현금이나 온누리상품권을 선호하는 곳이 있으니, 소액 현금을 함께 챙겨 가면 편합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어떻게 쓰나요? 지류형, 카드형, 모바일형이 있으며 은행이나 전용 앱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바일·카드형은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문턱이 있어, 디지털 사용 비중에서 세대 격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