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 유하준 (책임연구원)

지방 소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은 왜 늘었을까? 강릉·군산·목포 관찰로 본 로컬 이주와 두 지역 살기, 촌캉스로 갈라진 소도시 라이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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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은 왜 늘었을까

지방 소도시 라이프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사람들이 도시를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두 곳을 오가는 방식으로 삶의 무게중심을 조금씩 옮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에도 수도권은 3만 8,000명이 순유입됐지만 그 규모는 전년보다 7,000명 줄었고,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는 2,720만 명까지 늘어 등록인구의 네 배를 넘어섰습니다. 완전히 이주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지만, 주말이나 한 계절을 소도시에서 보내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일상문화연구소는 강릉과 군산, 목포의 골목을 오가며 이 변화를 관찰했고, 소도시가 '떠나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재정의되는 장면을 생활문화의 눈으로 기록했습니다.

목차

왜 지금 다시 소도시인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소도시로 향하는 흐름이 낭만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지방의 젊은 인구는 학교와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으로 빠져나갔습니다.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20대의 이동률은 24.3%로 전 연령에서 가장 높았고, 최근 몇 해 동안 이동률이 오히려 늘어난 유일한 세대였습니다. 대학과 첫 직장을 이유로 서울과 경기로 향하는 20대의 발걸음은 여전히 뚜렷합니다.

그런데 흐름의 결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수도권 순유입 규모가 전년보다 줄었고, 순유입으로 돌아선 시도가 경기·인천·충북·충남·대전·전남까지 여섯 곳으로 늘었습니다. 서울은 오히려 순유출로 집계됐습니다. 집값과 생활비, 긴 통근 시간에 지친 사람들이 수도권의 가장자리로, 다시 지방 중소도시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여기에 생활인구라는 새 개념이 얹히면서 소도시를 보는 눈이 바뀌었습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자뿐 아니라 통근·통학·관광·체류로 지역에 머무는 사람까지 함께 세는 방식인데요. 2025년 집계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의 4.6배에 이르렀고, 방문자의 평균 체류 일수는 3.4일로 나타났습니다. 주민 수만 세던 시절에는 '소멸하는 곳'이던 소도시가, 오가는 사람까지 세자 '드나드는 곳'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릉 어느 골목에서 본 로컬 이주

관찰을 위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강릉이었습니다. 초당동과 명주동 사이, 오래된 한옥과 낮은 상가가 섞인 골목을 열흘 남짓 걸었습니다. 눈에 띈 건 커피였습니다. 바다를 보러 온 관광객이 채우는 대형 카페와 달리, 명주동 안쪽에는 주인이 직접 원두를 볶고 단골과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작은 로스터리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의 사장은 서울에서 8년간 회사를 다니다 3년 전에 이사온 30대였습니다.

"주말마다 강릉에 내려와 서핑을 하다가, 어느 순간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더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달만 살아 볼 생각으로 짐을 옮겼는데, 계절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눌러앉게 됐다고 했습니다. 옆 가게 도자기 공방 주인도, 길 건너 독립서점 주인도 비슷한 시기에 도시에서 떠나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저녁이면 한 테이블에 모여 동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귀촌'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들어간 게 아니라, 자기 일을 그대로 들고 도시의 밀도만 덜어낸 것에 가까웠으니까요. 노트북 하나로 원격근무를 이어 가거나, 도시에서 하던 기술을 소도시의 속도에 맞춰 작은 가게로 옮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도시 라이프는 단절이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는 인상을, 이 골목에서 처음 받았습니다.

두 지역 살기와 세컨드홈, 완전히 떠나지 않는 선택

소도시 라이프의 오늘을 한 줄로 요약하면,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 머무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관찰에서 만난 사람들의 상당수는 도시의 집과 소도시의 거처를 동시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두 지역 살기'인데요. 평일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과 휴가철에는 소도시로 내려가, 두 개의 생활 리듬을 번갈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군산에서 만난 한 부부는 금요일 저녁에 내려와 일요일 밤에 올라가는 생활을 2년째 이어 가고 있었습니다. 완전한 이주는 부담스럽고, 한두 번 다녀온것으로는 갈증이 풀리지 않아 찾은 절충안이라고 했습니다.

제도도 이 흐름을 거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집을 한 채 더 사도 기존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유지해 주는 세컨드홈 특례를 도입했고, 2025년 기준 특례 대상 지역이 93곳까지 늘었습니다. 빈집을 고쳐 주말 거처로 쓰거나, 오래된 상가를 작업실 겸 숙소로 바꾸는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완전한 정착과 단순한 여행 사이, 그 넓은 중간 지대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형머무는 방식관찰에서 본 특징
로컬 이주도시를 떠나 소도시에 정착자기 일을 들고 옮기는 재배치형
두 지역 살기도시·소도시 거처를 동시 운영주말·계절 단위로 리듬 전환
촌캉스·한 달 살기짧게 머물다 돌아감콘텐츠로 소도시를 경험·소비

이렇게 머무는 방식이 갈라지자, 소도시의 골목 풍경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동네 상권이 어떻게 뜨고 지는지, 그 리듬을 오래 관찰한 기록은 동네 가게는 왜 이렇게 자주 바뀔까 편에서 이어집니다.

촌캉스와 러스틱 라이프, 소비되는 소도시

머무는 방식의 가장 가벼운 쪽에는 '촌캉스'가 있습니다. 시골(촌)과 바캉스를 합친 이 말은, 논밭뷰가 보이는 시골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도시의 속도를 잠시 끄는 여행을 가리킵니다. 러스틱 라이프, 곧 시골의 소박함을 즐기되 도시의 편의를 포기하지 않는 생활양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는데요. 한 경제 매거진은 이를 두고 '촌스러운 것이 트렌드가 된 시대'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이 장면을 관찰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을 고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늘어선 골목에는, 필름 카메라와 삼각대를 든 20대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이들에게 소도시는 살아 볼 곳이라기보다 기록하고 공유할 배경에 가까웠습니다. 오래된 창틀, 빛바랜 간판, 항구의 노을을 찍어 올리는 일이 여행의 목적처럼 보였습니다.

젊은 세대가 소도시를 소비하는 방식은 이렇게 콘텐츠를 통과합니다. 유튜브로 남의 시골 한 달 살기를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마음에 든 동네를 주말에 짧게 다녀오고, 그 경험을 다시 콘텐츠로 만드는 순환입니다. 그때 만 해도 낯설던 '논밭뷰'라는 표현이 이제는 숙소를 고르는 기준이 됐을 정도입니다.

물론 그늘도 있습니다. 관찰 기간에도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예약해 놓고 오지 않는 노쇼와 쓰레기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사진에 담기는 골목과, 그 골목에서 실제로 사는 사람의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으니까요. 잠깐 소비되는 풍경과 오래 지켜지는 삶 사이의 간극은, 소도시 라이프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청년마을과 로컬 크리에이터, 정착의 실험

짧게 소비하는 흐름의 반대편에는, 아예 소도시에 뿌리를 내리려는 실험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사업입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지역 청년의 유출을 막고 외지 청년의 정착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2025년에 12곳이 새로 뽑히며 지금까지 전국 51곳에 청년마을이 만들어졌고, 이 가운데 39곳은 정부 지원 없이 자립 단계로 넘어간 '졸업마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해 공모에만 147개 청년단체가 지원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머물 이유였습니다. 관찰 과정에서 들여다 보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곳일수록 지역의 특산물이나 오래된 공간을 자기 언어로 다시 해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낡은 방앗간을 카페로, 폐교를 작업실로, 지역 농산물을 세련된 패키지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바꾸는 식입니다. 이렇게 지역 자원을 콘텐츠와 상품으로 잇는 사람들을 흔히 로컬 크리에이터라 부릅니다.

강릉 골목에서 만난 로스터리 사장의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혼자 내려왔으면 진작 외로워서 떠났을 거예요. 옆 가게, 앞 가게가 다 비슷한 사람이라 버틴 거죠." 소도시에 정착이 이뤄지는 건 결국 개인의 결심보다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망 덕분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도시의 취향 공동체를 관찰한 기록이 떠올랐습니다. 도시를 떠나 산과 물가로 향하는 여가의 결은 캠핑 인구 600만 시대는 왜 캠핑장을 떠날까 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소도시에서 살아보려는 사람을 위한 실전 가이드

소도시 라이프를 막연히 동경만 하다 지치는 경우가 적엇습니다. 관찰과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온 조언을 네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1. 먼저 계절을 걸쳐 머물러 보기. 하루 이틀 여행으로는 그 동네의 진짜 얼굴을 알기 어렵습니다. 한 달 살기나 두 지역 살기로 최소 한 계절은 겪어 봐야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관광객까지 보입니다.
  2. 일을 먼저, 집을 나중에.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소득 구조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원격근무를 이어 갈지, 작은 가게를 열지, 지역의 일자리를 찾을지부터 정하라는 것입니다.
  3. 제도와 지원을 확인하기. 세컨드홈 특례나 청년마을, 빈집 정비 사업처럼 지역마다 다른 지원이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와 지역 청년센터 문을 먼저 두드리면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4. 관계망부터 만들기. 단골 가게 하나, 동네 모임 하나가 정착의 성패를 가릅니다. 완전히 떠나 온 뒤 외로움과 싸우기 전에, 머물 때마다 조금씩 아는 얼굴을 늘려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소도시 생활이 충동이 아니라 설계가 됩니다. 지역의 오래된 시장과 상권이 어떻게 다시 붐비는지를 함께 살피면, 소도시에서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방 소도시 라이프는 결국 은퇴자나 여유 있는 사람만의 이야기 아닌가요? 관찰에서 만난 사람의 다수는 30\~40대였고, 원격근무나 작은 가게 창업으로 소득을 이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완전한 이주보다 두 지역 살기나 한 계절 살기처럼 부담이 덜한 방식이 늘면서, 진입 문턱 자체가 예전보다 낮아졌습니다.
두 지역 살기는 비용이 두 배로 드는 것 아닌가요? 거처를 두 곳 두는 만큼 고정비가 늘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세컨드홈 특례처럼 세제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가 있고, 빈집을 저렴하게 고쳐 쓰거나 공유 거처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도시의 큰 집을 줄이고 소도시 거처를 더하는 식으로 비용을 재배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촌캉스와 실제 소도시 이주는 어떻게 다른가요? 촌캉스는 며칠 머물다 돌아가는 소비형 경험에 가깝고, 이주는 소득과 관계망을 그 지역으로 옮기는 생활의 전환입니다. 다만 촌캉스가 두 지역 살기로, 다시 이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둘은 단계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생활인구가 늘면 지방 소멸 문제가 해결되나요? 생활인구는 지역에 활력과 소비를 더하지만, 주민등록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학교·병원·일자리 같은 정주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체류가 정착으로 이어집니다. 생활인구는 소멸의 해법이라기보다, 지역을 다르게 보게 하는 새로운 지표에 가깝습니다.
소도시로 옮기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요? 소득 구조입니다.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은 집보다 일을 먼저 정했습니다. 원격근무 지속 여부, 창업 아이템, 지역 일자리 가운데 하나를 확정한 뒤 거처를 구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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