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 유하준 (책임연구원)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2030은 왜 늘었을까? 서울 근교 산 여섯 곳 관찰로 본 MZ 등산 열풍과 짧은 산행·인증샷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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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왜 갑자기 주말마다 산에 오를까?

젊은 층의 등산 열풍을 읽는 출발점은 산을 '운동'이 아니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경험'으로 다시 정의한 데 있습니다. 산림청 집계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성인은 2021년 47.9%에서 이듬해 58.0%로 뛰었고, 인원으로는 약 2,392만 명에 이릅니다. 한 트레킹 앱은 2030 회원 증가율이 전년 대비 350%를 넘었다고 밝혔는데요. 숫자만 보면 붐이 맞지만, 현장에서 관찰한 2030의 산행은 오래 걷고 정상을 정복하던 이전 세대의 방식과 결이 다릅니다. 이 글은 서울 근교 산 여섯 곳을 주말마다 돌며 기록한 관찰 노트를 바탕으로, 무엇이 젊은 발걸음을 산으로 옮겼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목차

산이 젊어졌다는 말의 실체

관악산 초입, 토요일 오전 아홉 시 반이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걸어 올라온 무리 대부분이 20대와 30대로 보였습니다. 저는 여섯 주에 걸쳐 관악산·인왕산·북한산 족두리봉·청계산·아차산·수락산 이렇게 여섯 곳을 돌며, 등산로 초입에서 30분간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략적인 나이대와 차림, 일행 구성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물론 겉모습으로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흐름은 뚜렷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복장이었습니다. 챙 넓은 등산모자와 알록달록한 기능성 재킷 대신, 검정·회색의 레깅스와 러닝 상의, 가벼운 트레일러닝화를 신은 사람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인왕산에서는 한 무리가 정상 바위에 올라 번갈아 사진을찍고 내려오는 데만 20분 가까이 썼습니다. 배낭이 없거나, 있어도 손바닥만 한 힙색 하나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고요. 아차산에서 만난 한 20대 두 명은 "한 시간이면 올라갔다 내려오니까 아침 약속처럼 잡는다"고 했습니다. 오래머무르지 않고, 조망 좋은 지점에서 사진을 남긴 뒤 카페로 향하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여섯 곳을 돌며 적은 관찰 노트를 표로 옮기면 흐름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정밀한 조사가 아니라 초입 30분 동안의 대략적인 인상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둡니다.

관찰한 산젊은 층 체감 비중두드러진 특징
관악산높음지하철 접근, 아침 일찍 출발하는 2030 다수
인왕산매우 높음정상 바위 인증샷 대기 줄, 짧은 코스
북한산 족두리봉중간조망 명소, 사진 촬영 집중
청계산중간커플·소규모 일행, 카페 연계
아차산높음한 시간짜리 가벼운 산행 선호
수락산낮음중장년 비중 여전, 완주형 산객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성인 1,000명에게 물은 등산 문화 인식 조사에서도 이 체감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요즘 산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응답이 20대 60.0%, 30대 72.8%로, 40·50대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젊은 세대 스스로가 또래의 유입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등산의 이점으로는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가 91.7%,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가 88.6%로 꼽혔고, 동행인과의 관계가 깊어진다는 응답도 75.8%에 달했습니다. 혼자 걷더라도 산이 관계와 회복의 장소로 읽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등산이 '아재 취미'였던 시절과 무엇이 바뀌었나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등산은 중장년의 문화로 통했습니다. 이른 새벽 산악회 버스, 정상주와 도시락, 완주 스탬프 같은 이미지가 강했고, 20대에게 산은 부모 세대의 취미에 가까웠습니다. 산이 젊은층이 모이는 장소가 되기까지는 몇 가지 조건이 겹쳤습니다.

첫 번째는 팬데믹이었습니다. 실내 운동시설이 문을 닫고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감염 위험이 낮은 야외활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습니다. 헬스장 대신 산을 택한 사람들이 그때 처음 등산화를 신었고, 그 경험이 엔데믹 이후에도 습관으로 남았습니다.

두 번째는 접근성입니다. 서울은 도심에서 지하철로 닿는 산이 유난히 많은 도시입니다. 자동차도, 산악회 가입도 필요 없이 지하철 한 번이면 산 입구에 서는 구조가, 약속 잡듯 가벼운 산행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0·30대의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며 '아재 취미'라는 오래된 인식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세 번째는 소셜미디어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등산스타그램'과 '산스타그램' 해시태그는 각각 180만, 130만 건을 넘었습니다. 정상에서 찍은 도심 조망 사진 한 장이 러닝이나 헬스보다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되면서, 산행은 운동이자 동시에 기록 행위가 됐습니다.

등린이라는 새 범주: 짧은 산행과 조망 그리고 인증

'등린이'는 등산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등산을 갓 시작한 초보를 가리킵니다. 이 범주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나이가 어린 게 아니라 산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트레킹 앱 트랭글GPS가 공개한 2030 이용자 데이터를 보면 등린이의 산행 패턴이 또렷합니다. 이들은 지하철과 가까운 등산로를 이용해 왕복 6.6km 이내, 조망이 트인 바위 산을 선호했습니다. 오전 9~11시에 출발해 오후 1~3시에 하산하고, 전체 산행 시간은 5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정상에 머무는 시간은 23분 남짓으로 중장년층보다 짧았고, 93% 이상이 맑은 날에만 산을 찾을 만큼 날씨에 민감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제가 현장에서 본 장면과 거의 겹쳤습니다. 등린이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적당히 땀 흘리고 좋은 뷰를 얻어 오는 반나절짜리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완주보다 경험의 밀도를, 거리보다 조망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높은 산 하나를 종주하기보다, 낮고 접근성 좋은 산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찾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두 세대의 산행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구분이전 세대의 산행등린이의 산행
이동 방식산악회 버스·자가용지하철·도보 접근
산행 시간종일, 완주 지향5시간 이내, 반나절
목표정상 정복·완주 스탬프조망·인증샷·경험
복장기능성 등산복 풀세트애슬레저·경량 차림
동행정기 산악회 모임소규모 친구·커플

물론 이 구분이 세대를 가르는 절대적 경계는 아닙니다. 다만 산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두 방식은 뚜렷이 갈라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짧게 시작한 등린이 가운데 일부가 점점 더 높은 산으로 범위를 넓혀 가며 '프로 등산러'로 옮겨 간다는 사실입니다. 입문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깊이 빠져드는 사람도 함께 늘고 있는 셈이엇습니다.

장비와 소비: 애슬레저가 등산복을 밀어낸 자리

산이 젊어지자 산에서 입는 옷도 바뀌었습니다. 과거 등산 시장의 상징이던 화려한 고어텍스 재킷 대신, 레깅스와 크롭 상의, 경량 트레일러닝화 같은 애슬레저 아이템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산과 도시, 운동과 일상의 경계를 흐리는 옷차림이 젊은 산객의 표준이 된 셈입니다.

소비 데이터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한 이커머스의 상반기 분석에서 2030 고객의 등산·캠핑·아웃도어 용품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습니다. 전자신문 보도를 보면, 젊은 산객은 무겁고 완전무장한 장비보다 가볍고 착용감 좋은 아이템, 그리고 사진에 잘 나오는 색과 실루엣을 함께 따진다고 합니다. 기능과 스타일을 분리하지 않는 소비인데요.

여기서 하나 짚어둘 대목이 있습니다. 관찰 중 청계산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은 "처음엔 러닝화로 왔다가 몇 번 미끄러진 뒤에 밑창 있는 신발을 샀다"고 했습니다. 스타일에서 시작해 안전과 기능으로 소비가 옮겨 가는 순서가, 등린이가 '진짜 등산러'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입문은 감각적으로 하되, 계속하려면 결국 기본기를 갖추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붐 뒤의 그늘: 산악사고와 공존의 문제

사람이 몰리면 문제도 함께 늘어납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전국 등산사고는 9,172건으로, 2,509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유형별로는 발을 헛디디는 실족이 2,657건(29%)으로 가장 많았고, 길을 잃는 조난이 1,906건(21%), 무리한 산행에 따른 신체 이상이 1,272건(14%)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봄철인 4월에 사고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국립공원 안에서도 매년 평균 11명 안팎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국민일보 보도는 준비 없이 산에 드는 사례가 늘면서 산행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관찰 중에도 슬리퍼에 가까운 신발로 바위 구간을 오르거나, 물 한 병 없이 한낮에 능선을 걷는 젊은 등산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산행이라는 인식 자체가 위험을 낮게 보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한 시간이면 되는 뒷산'이라는 감각이 준비를 소홀하게 만들고, 날씨가 급변하거나 하산 길에 체력이 풀릴 때 사고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하산 길 사고가 특히 잦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정상에 올라 인증을 마친 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내려오는 내리막이 오히려 무릎과 발목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오래된 조언이, 붐빈 산에서는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공존의 문제도 있습니다. 인기 있는 산의 정상에서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좁은 바위에 몰리면서 순서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러닝 크루가 하천변에서 공간을 두고 갈등을 겪었듯, 산에서도 늘어난 인파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합니다. 붐이 오래 이어지려면, 인증할 만한 풍경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위험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함께 이야기하는 문화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등린이를 위한 첫 산행 실전 가이드

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화려한 장비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관찰과 자료를 종합해 네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1단계: 낮고 가까운 산부터

첫 산은 왕복 두세 시간 안에 끝나는, 지하철로 닿는 산이 좋습니다. 서울이라면 인왕산·아차산·안산 같은 곳이 부담이 적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산을 노리면 체력과 흥미가 함께 꺾이기 쉽습니다.

2단계: 신발부터 제대로

장비를 다 갖출 필요는 없지만, 밑창에 접지력이 있는 신발 한 켤레는 먼저 마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족 사고의 상당수가 미끄러운 신발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3단계: 물과 날씨 확인

짧은 산행이라도 물은 챙기고, 산 위 날씨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도심보다 산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해, 같은 날씨라도 체감이 다릅니다.

4단계: 기록은 안전한 곳에서

사진은 산행의 큰 즐거움이지만, 난간 없는 바위 끝이나 젖은 암반 위에서의 촬영은 사고로 직결됩니다. 인증샷은 안정된 지점에서 남기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수있습니다.

이 순서대로 몇 번 반복하면, 어느새 산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주말 루틴의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등산이 오래가는 취미가 되는 비결은 무리하지 않는 첫 경험에 있었습니다.

FAQ

등산을 아예 처음 하는데, 어느 산부터 가면 좋을까요? 왕복 두세 시간 안에 끝나고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는 낮은 산을 권합니다. 서울 기준으로는 인왕산, 아차산, 안산 등이 초보자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조망이 좋아 성취감도 얻기 쉽습니다.
레깅스와 러닝화 차림으로 산에 올라도 괜찮을까요? 낮은 산의 흙길 구간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바위가 많은 구간에서는 접지력이 약한 러닝화가 미끄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타일로 시작하더라도 밑창이 확실한 신발 한 켤레는 갖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2030 등산객은 왜 이렇게 짧게 산행을 끝내나요? 데이터상 젊은 산객은 왕복 6.6km 이내, 5시간을 넘지 않는 산행을 선호합니다. 완주보다 조망과 경험의 밀도를 중시하고, 산행 뒤 카페나 다른 일정을 이어가는 반나절 활동으로 산을 즐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산행인데도 사고를 걱정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2024년 등산사고 9,172건 중 상당수가 짧은 산행이나 하산 길에서 발생했습니다. 실족과 조난이 가장 흔한 만큼, 물과 적절한 신발을 챙기고 날씨를 확인하는 기본만 지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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