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목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목욕하는 장소가 집과 운동시설로 옮겨갔습니다. 전국 목욕장업 업소는 2000년 9,950곳에서 지난해 5,668곳으로 줄었고 서울은 1995년 1,764곳에서 2025년 510곳까지 71% 감소했습니다. 연료비가 오른 사이 집집마다 욕실이 좋아졌고 헬스장에 딸린 샤워실과 사우나가 그 수요를 흡수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2030 사이에서는 사우나를 찾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관련 키워드 언급량이 1.8배로 늘었고 예약제 1인 사우나가 생겼습니다. 같은 뜨거운 물인데 쓰는 방식이 달라진 셈입니다.
목차
- 동네 목욕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평일 오후 세 곳을 돌아본 기록
- 숫자로 본 26년
- 문 닫는 이유는 손님이 아니라 보일러였습니다
- 집 안으로 옮겨간 목욕과 운동시설로 옮겨간 사우나
- 목욕 한 번의 값은 어떻게 변했나
- 2030이 다시 찾은 뜨거운 물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평일 오후 세 곳을 돌아본 기록
9월 하순 평일 오후에 서울 서남권 목욕탕 세 곳을 차례로 들렀습니다. 첫 번째 집은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 있었습니다. 계단을 열여섯 칸 내려가야 하는 구조였고 난간은 한쪽에만 있었습니다. 요금은 성인 9,000원이었고 두 시간 동안 들어온 사람은 일곱 명이었습니다. 전부 60대 이상으로 보였습니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은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한다고 했습니다. 손님이 하루 서른 명을 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집은 간판이 남아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유리문에 붙은 안내는 올해 3월자였습니다. 세 번째 집은 헬스장과 한 건물에 있었습니다. 1층 입구에 간판이 두 개 나란히 붙어 있는데 목욕탕 쪽은 작고 헬스장 쪽은 컸습니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사우나와 샤워실은 헬스장 회원이 공유하는 구조였고 목욕탕 단독 입장료는 받지 않았습니다.
눈에 걸린 것은 탈의실 풍경이었습니다. 첫 번째 집 탈의실 사물함 128칸 중 열쇠가 꽂혀 있는 칸이 아홉 개였습니다. 그런데 이용 안내판은 여전히 가족탕과 단체 할인, 세신 예약까지 적어 두고 있었습니다. 운영자가 상상하던 손님과 실제로 오는 손님의 간격이 그 안내판에 남아 있었습니다. 안내판을 바꾸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언젠가 다시 올거라고 하셨습니다.
세신사 분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전에는 토요일 아침에 번호표를 줬다고 합니다. 지금은 예약 없이 바로 가능합니다. 손님의 연령대가 올라가고 체류 시간은 길어졌다고 했습니다. 목욕이 목적이던 곳이 하루를 보내는 장소가 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돌아 나오는 길에 상가 게시판을 봤습니다. 목욕탕 할인 쿠폰 옆에 헬스장 전단이 붙어 있었고 전단에는 사우나 무료라는 문구가 큰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두 업종이 같은 손님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 종이 두 장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더 그랬습니다.
숫자로 본 26년
| 연도 | 전국 목욕장업 업소 수 |
|---|---|
| 2000년 | 9,950곳 |
| 2010년 | 8,446곳 |
| 2020년 | 6,439곳 |
| 지난해 | 5,668곳 |
26년 사이 57%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서울은 감소 폭이 더 큽니다. 서울시 목욕장업 인허가 기록으로 보면 1995년 1,764곳에서 2025년 510곳으로 71% 줄었습니다. 시사저널 보도는 누적 적자 4억 원을 안고 버티다 문을 닫은 사례를 전합니다.
지역 단위로 보면 체감은 더 선명합니다. 오마이뉴스가 기록한 부천에는 사우나가 29곳 남아 있습니다. 인구 80만 도시의 숫자입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목욕탕이 있던 시절이 끝났다는 뜻인데요. 남은 업소가 대형화되면서 이동 거리도 함께 늘어납니다. 걸어서 5분이던 거리가 버스 두 정거장이 되면 주 2회 가던 일정이 월 2회로 줄어듭니다. 이용 횟수가 줄면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면 또 문을 닫습니다. 한쪽이 닫힐 때마다 남은 쪽의 상권이 넓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체 수요가 함께 줄어듭니다.
문 닫는 이유는 손님이 아니라 보일러였습니다
고정비 구조가 특이합니다
목욕탕은 손님이 한 명이어도 물을 데워야 합니다. 욕조 수온을 유지하려면 보일러를 계속 돌려야 하고 환기와 조명도 영업시간 내내 켜 둡니다. 매출은 입장객 수에 비례하는데 비용은 거의 고정입니다. 한국경제 보도가 전한 현장의 표현은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사이 연료비는 반대로 올랐습니다.
요금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듭니다. 주 고객층이 고령층이고 가격 민감도가 높습니다. 9,0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리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적자를 안고 버티거나 문을 닫는 선택지만 남습니다.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오래 버티는 이유도 임대료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비 교체 시점이 폐업 시점이 됩니다
보일러와 배관은 수명이 있습니다. 교체에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10년 영업을 전제할 수 없으면 투자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관찰한 세 곳 중 문을 닫은 집도 설비 노후가 직접 이유였다고 주변 상인들이 전했습니다. 그래서 폐업이 서서히 번지기보다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집 안으로 옮겨간 목욕과 운동시설로 옮겨간 사우나
주거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1980년대 아파트의 욕실과 지금 욕실은 다른 공간입니다. 욕조가 없어진 집이 늘었지만 대신 온수가 끊기지 않고 샤워 공간이 넉넉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씻는 데 제약이 사라졌습니다. 목욕탕에 가는 이유 중 가장 컸던 것이 사라진 겁니다.
남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몸을 담그는 경험과 세신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는 헬스장과 수영장, 호텔 사우나가 나눠 가졌습니다. 월 회비 안에 샤워와 사우나가 포함되면 따로 목욕탕 비용을 낼 이유가 줄어듭니다. 관찰한 세 번째 집처럼 목욕탕이 운동시설의 부속 공간으로 재배치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세신은 아직 대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신을 중심으로 운영을 재편한 업소가 살아남는 쪽이 눈에 띕니다. 다만 세신사도 고령화되고 있어서 10년 뒤를 생각하면 이 방식도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가 사라질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낮추고 세신 단가를 올리는 구조입니다. 탕이 중심이던 공간이 서비스 중심 공간으로 바뀌는 중인데요. 이 변화는 간판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목욕 한 번의 값은 어떻게 변했나
입장료만 보면 싼 편입니다
관찰한 세 곳의 성인 입장료는 7,000원에서 9,000원 사이였습니다. 커피 두 잔 값입니다. 여기에 세신을 더하면 2만 5,000원에서 3만 원대가 됩니다. 수건과 음료를 사면 조금 더 붙습니다. 그러니 한 번 가서 두 시간을 보내는 비용은 3만 원 안쪽입니다.
| 항목 | 동네 목욕탕 | 운동시설 부속 사우나 | 예약제 1인 사우나 |
|---|---|---|---|
| 1회 기준 비용 | 7,000~9,000원 | 월 회비에 포함 | 2~3만 원대 (시간제) |
| 체류 시간 | 1~3시간 | 30분 전후 | 60~90분 |
| 주 이용층 | 60대 이상 | 30~50대 | 20~30대 |
| 가격 외 선택 이유 | 세신, 익숙함 | 운동 뒤 동선 | 혼자 쓰는 공간 |
같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가 달라졌습니다
운동시설 회원권은 월 5만 원에서 10만 원대입니다. 사우나만 쓰려고 내는 돈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샤워와 사우나가 포함됩니다. 주 3회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회당 단가가 목욕탕보다 낮아집니다. 반대로 주 1회 가는 사람에게는 목욕탕이 싸고 체류 시간도 깁니다. 단가 계산만 보면 동네 목욕탕이 불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선택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 바깥에 있습니다.
폐업한 자리에 들어오는 업종
관찰 범위 안에서 목욕탕이 나간 자리에 들어온 것은 창고형 매장과 실내 스포츠 시설, 그리고 주차장이었습니다. 지하 대형 공간에 물과 배수 설비가 갖춰져 있으니 세차장이나 스크린골프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간은 남고 용도만 갈리는 모습인데요. 간판이 바뀌는 속도가 지난 5년 사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다만 설비를 뜯어내는 비용이 커서 몇 달씩 비어 있는 자리도 흔합니다. 지하 공간은 임대 수요가 적어 공실 기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상가 전체의 활기가 함께 떨어집니다. 목욕탕 하나가 닫히는 일은 건물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2030이 다시 찾은 뜨거운 물
러닝 뒤의 사우나
인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퇴근 후 술집 대신 목욕탕을 찾는 흐름이 2030 사이에 번지고 있습니다. 관련 키워드 언급량이 1.8배로 늘었습니다. 러닝 크루 활동과 묶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리고 나서 몸을 지지러 간다는 표현이 쓰입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동네 목욕탕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찾는 곳은 새로 생긴 사우나 전문 공간이거나 호텔 시설, 또는 예약제 프라이빗 사우나입니다. 이용 요금은 동네 목욕탕의 두세 배인 경우가 흔합니다. 같은 행위에 다른 가격이 붙는 이유는 공간의 설계와 분위기, 그리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경험을 파는 가격이지 온수를 파는 가격은 아닙니다. 동네 목욕탕이 가장 따라가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혼자 쓰는 사우나
1인 프라이빗 사우나는 시간 단위로 예약하는 방식입니다. 낯선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형태가 생긴 것을 보면 탈의와 샤워를 남과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됐습니다. 공중목욕이라는 전제가 흔들린 겁니다.
두 흐름이 만나지 않는 이유
동네 목욕탕의 공간 문법은 1980년대에 완성됐습니다. 타일 색, 조명, 안내문 서체, 평상과 선풍기까지 그대로입니다. 바꿀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단골이 바뀌는 걸 싫어해서이기도 합니다. 그 익숙함이 고령 단골에게는 편안함이지만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읽기 어려운 규칙입니다. 수건을 어디서 받는지, 신발을 어디에 두는지, 세신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 수요가 생겼는데도 기존 업소로는 흘러들지 않습니다. 가격이 아니라 안내의 문제입니다. 남은 510곳 가운대 이 간격을 좁힌 곳이 다음 10년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입구에 이용 순서를 그림으로 붙이고 수건 가격을 명확히 적어 둔 집에서는 젊은 손님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꾼 것은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FAQ
목욕장업 업소 수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공중위생관리법상 영업신고 자료가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데이터로 공개됩니다. 지역별 개업과 폐업 이력을 연도별로 볼 수 있어 동네 단위 변화를 추적할수 있습니다. 목욕탕과 사우나, 찜질방이 같은 업종으로 묶여 집계된다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찜질방과 목욕탕은 같은 업종인가요?
영업 신고상 목욕장업으로 함께 묶이지만 시설 기준과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찜질방은 체류형 공간으로 설계돼 식음과 수면 공간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2000년대 중반 급증했다가 함께 줄어드는 추세입니다.동네 목욕탕이 사라지면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집에 욕조가 없고 이동이 불편한 고령층입니다. 걸어서 가던 거리가 버스를 타야 하는 거리로 바뀌면 이용 빈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일부 지자체가 경로당이나 복지관에 목욕 시설을 두는 이유가 이 공백 때문입니다.사우나를 자주 가면 건강에 좋은가요?
혈관과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가 있지만 조건과 대상이 제한적입니다.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혈압 약을 드시는 분은 고온 환경에서 혈압 변동이 생길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활문화 관찰과 의학적 권고는 별개의 영역이니 건강 판단은 진료 쪽에서 받으시는 편이 맞습니다.예약제 1인 사우나는 요금이 어느 정도인가요?
시간 단위로 받는 구조라 지역과 시설에 따라 폭이 큽니다. 한 시간 기준으로 동네 목욕탕 입장료의 두세 배 수준에서 시작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수건과 가운이 포함되는지, 샤워 공간이 분리돼 있는지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달라집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누적 적자만 4억" 서울에서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시사저널)(NewsArticle)
- 코로나 때보다 손님 없어요…폐업 위기에 비명 터진 곳 (한국경제)(NewsArticle)
- 부천 사우나 29곳에 불과... 사라지는 대중 목욕탕 (오마이뉴스)(NewsArticle)
- "퇴근 후 술집 대신 목욕탕서 뜨끈하게"... MZ 사이서 번진 '사우나 열풍' (인사이트)(News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