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식은 사라지고 있을까, 작아지고 있을까?
회식 문화 변화의 핵심은 회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지고 다시 짜이는 것입니다. 술자리가 중심이던 집단 의례가 같은 팀끼리 짧게 치르고 술은 덜 마시는 식사 의례로 바뀌고 있습니다. ZDNet Korea가 전한 인크루트의 2025년 연말 조사에서 송년회가 필요하다고 답한 직장인은 58.8%로 여전히 절반을 넘었습니다. 반면 인사이트코리아가 정리한 국세청 통계에서 같은 해 주류 출고량은 298만7726㎘로 전년보다 5.2% 줄며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모임은 남기고 술은 덜어 낸 것입니다.
목차
- 연말 회식은 사라지고 있을까, 작아지고 있을까?
- 숫자로 본 회식 문화 변화: 일찍 끝나고 덜 마신다
- 누가 회식 문화를 바꾸나: 2030의 점심형과 4050의 저녁형
- 회식이 줄어든 이유: 주 52시간제·괴롭힘 금지·1인 가구
- 점심 웨이팅은 늘고 법인카드 접대는 밤에 남았다
- 일본 망년회·미국 연말 파티도 술과 비용을 줄인다
- 회식 문화의 다음 흐름: 작고 고를 수 있는 식사 모임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숫자로 본 회식 문화 변화: 일찍 끝나고 덜 마신다
인식과 술의 양, 끝나는 시각이 모두 짧고 가벼운 회식을 가리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3년 4월 조사(직장인 1,000명)에서 79.2%는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답했고 57.5%는 저녁 회식이 점심으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현 직장의 회식 문화가 마음에 든다는 응답도 2022년 45.9%에서 52.9%로 7.0%p 올랐습니다. 직장인 다수는 회식 축소를 손실보다 개선으로 받아들입니다.
| 지표 | 이전 | 최근 | 변화 | 출처 |
|---|---|---|---|---|
| 주류 출고량 | 380만4천㎘(2015) | 298만7726㎘(2025) | -21.5% | 국세청(인사이트코리아) |
| 오후 5~8시 저녁 외식 결제 비중 | 48.7%(2012) | 58.9%(2018) | +10.2%p | 신한카드(한국일보) |
| 일반주점 이용 건수 | 2023년 상반기 | 2026년 상반기 | -34% | NH농협은행 개인카드(세계일보) |
감소는 늦은 시간에 몰렸습니다. 주 52시간제 시행 뒤 저녁 외식 결제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한 시간 앞당겨졌고 오전 1시 이후 일반주점 이용은 43% 줄어 전체 감소폭(34%)보다 컸습니다. 1차는 남고 2차·3차부터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술 자체는 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푸드투데이가 보도한 농식품부·aT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를 보면 술을 마신 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집이었고 인기 트렌드로는 홈술(54.2%)과 혼술(52.2%)이 꼽혔습니다.
누가 회식 문화를 바꾸나: 2030의 점심형과 4050의 저녁형
변화를 이끄는 쪽은 2030 일반 직원이고 저녁 회식을 지키는 쪽은 4050 관리자층입니다. 인크루트 조사(직장인 888명)에서 송년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0대 47.5%, 50대 이상 68.9%로 21.4%p 벌어졌습니다. 아시아에이 보도를 보면 선호 형태도 2030은 '업무 시간에 식사만', 4050은 '저녁에 식사와 음주까지'로 갈렸습니다. NH농협은행 데이터로 본 일반주점 이용 건수는 20대가 52%, 40대가 40%, 30대가 35%, 50대가 24% 줄었고 60대 이상만 9% 늘었습니다.
회식 자리의 술은 여전히 위계와 맞물려 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한 직장갑질119의 2024년 9월 조사(직장인 1,000명)에서 회식을 하는 756명 중 23.4%가 술을 강요받은 적이 있었고 그중 72.9%는 결국 마셨습니다. 강요를 거부한 비율은 20대가 36.7%로 40대(18.9%)의 1.9배였고 20대·여성·일반사원일수록 회식 자리의 음주에 민감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는데요. 질병관리청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은 10년 전 17.8%에서 10.4%로 41.6% 줄었지만 30대 이상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늘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이 늘어나는 동안에도 회식 기피는 넓어졌습니다. 사람들이 피하는 대상은 술 자체보다 시간을 억지로 내줘야 하는 위계적 술자리입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60.7%가 '참여는 자율이지만 빠지면 안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고태경 외(2021)의 연구에서 90년대생은 위계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일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회식이 줄어든 이유: 주 52시간제·괴롭힘 금지·1인 가구
회식 축소는 15년에 걸쳐 쌓인 규범 변화와 생활의 변화가 겹친 결과입니다.
- 2011년: 보건복지부 '119 절주운동'(1가지 술로, 1차만, 9시 전에 끝내기)
- 2018년 7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시행
- 2024년 8월: 청탁금지법 식사 한도 3만 원→5만 원
괴롭힘 금지 조항이 생긴 뒤 회식·음주 강요는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이 됐고 특정 직원을 빼놓는 회식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직장갑질119 이메일 상담에 들어온 회식 관련 제보 48건 가운데 30건이 '강요', 18건이 '배제'였습니다(경향신문). 청탁금지법 한도 상향은 반대로 접대성 저녁 모임의 문턱을 낮춘 변수입니다.
저녁 시간도 더 귀해졌습니다. 2024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였고 2025년 10월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48.6%,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에서는 60.4%였습니다. 2024 생활시간조사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에 쓰는 교제 및 참여 시간은 하루 1시간으로 1999년보다 12분 줄었습니다. 외식 물가는 2025년 3.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1%p 웃돌았습니다. 송년회가 필요 없다는 이유 1위도 '개인 시간을 뺏긴다'(52.2%)였습니다.
점심 웨이팅은 늘고 법인카드 접대는 밤에 남았다
현장에서는 점심 상권이 살아나고 밤 술집 상권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전한 캐치테이블 2026년 1~8월 데이터에서 점심 웨이팅은 1년 전보다 45.3% 늘어 저녁(35.1%)보다 증가율이 10.2%p 높았습니다. 3~4인 이용이 34%를 차지했고 여의도동은 점심 웨이팅 비중이 69.2%에 이르렀습니다. 오피스 상권의 점심이 팀 단위 식사를 받아 내고 있습니다.
밤 상권의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대구 중구에서 10년째 술집을 하는 김모 씨는 영남일보에 단체 예약이 50%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2026년 7월 강원 지역 간이주점의 카드 사용 건수는 1년 전보다 19.3% 줄었습니다.
거래처를 상대하는 접대는 다른 궤적을 그립니다. 파이낸셜뉴스가 보도한 문진석 의원실 자료(국세청·여신금융협회)를 보면 법인카드 유흥업소 결제액은 2023년 6,244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5,516억 원까지 2년 연속 줄었습니다. 그래도 2020년(4,398억 원)보다 25.4% 많고 정점보다는 11.7% 적은 수준입니다. 2020년부터 6년 동안의 누적액은 2조9878억 원이고 2025년 결제액의 54.9%가 룸살롱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해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액 1조9726억 원(신아일보)까지 더하면 2조5242억 원입니다. 팀 회식이 점심과 1차로 줄어드는 사이 거래를 위한 접대는 저녁과 주말에 따로 움직이는 이중 구조가 남아 있습니다.
일본 망년회·미국 연말 파티도 술과 비용을 줄인다
한국·일본·미국 모두 연말 모임은 유지하면서 술과 비용, 시간을 덜어 내고 있습니다. 도쿄상공리서치(TSR)가 2025년 12월 일본 기업 6,196곳을 조사한 결과 망년회·신년회를 한다는 기업은 57.2%로 코로나19 이후 처음 전년(59.6%)보다 낮아졌습니다. 코로나19 이전(78.4%)보다는 21.2%p 낮습니다.
쟁점도 한국과 거의 같습니다. TSR은 친목과 일체감을 원하는 회사와 마음 맞는 동료와의 자리를 원하는 직원 사이의 인식 차이를 짚었습니다. 일본생명의 2024년 조사에서 얼굴을 맞대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7.2%였지만 술자리 소통을 뜻하는 '노미니케이션'은 필요 없다는 응답도 56.4%였습니다. 일본에서는 20대가 오히려 대면 교류를 원한다는 분석도 나와 '젊은 세대는 모임을 싫어한다'고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위계적 술자리가 의례의 중심이었던 한국과 일본에서는 같은 변화도 더 크게 체감됩니다.
| 구분 | 한국 | 일본 | 미국 |
|---|---|---|---|
| 연말 모임 실시 | 올해 송년회 한다 69.7%(2025) | 망년회·신년회 실시 57.2%(2025) | 연말 파티 개최 64%(2024) |
| 술자리 인식 | 술 없는 회식 선호 69.0%(2023) | 노미니케이션 불필요 56.4%(2024) | 술 제공 기업 63%→약 57%(2022→2023) |
| 비용 압박 | 외식 물가 3.1% 상승(2025) | 미실시 이유 '비용 절감' 21.7%(2025) | 비용 줄인 기업 17%(2024, 전년 8%) |
※ 한국은 인크루트·트렌드모니터(직장인 조사)와 한국경제, 일본은 TSR(기업 조사)과 일본생명, 미국은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 인사 담당자 조사) 자료입니다.
회식 문화의 다음 흐름: 작고 고를 수 있는 식사 모임
회식은 '우리는 하나'임을 증명하던 집단 의례에서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골라 참여하는 식사 의례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온라인 빅데이터 5억3800만 건을 분석한 2026년 키워드 '케이-사회: 회복에서 적응으로'도 큰 조직보다 취향으로 모인 작은 공동체에서 안정감을 찾는 흐름을 짚었습니다. 팀 단위 송년회를 선호하는 직장인 53.5%는 이 흐름이 직장 안에서 드러난 모습입니다.
- 개인: 회식 불참은 관계 거부보다 내 시간을 스스로 정하겠다는 요구에 가깝습니다. 고를 수 있는 짧은 식사가 관계를 잇는 기본 단위가 됩니다.
- 조직: 빠지기 어렵다는 응답이 60.7%에 이르는 만큼 참여 자율성부터 제도로 보장해야 합니다. 유대감 수요(46.6%)도 분명하니 업무 시간 안의 식사와 선택형 저녁 모임을 함께 두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 브랜드·외식업: 3~4인 점심 코스, 저도주·무알코올, 체험형 모임 공간이 기회입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도수를 15.7도로 낮췄고 2026년 상반기 수영장 결제는 59% 늘었습니다.
- 지역: 점심 오피스 상권과 밤 술집 상권의 명암이 갈리는 만큼 지원도 시간대와 입지에 맞춰야 합니다.
회식의 71.4%가 여전히 업무시간 이후에 열리고 저녁 회식을 선호하는 4050과 연 5천억 원대의 법인카드 유흥 지출도 남아 있습니다. 2026년 연말에는 2024년 23.1%에 그친 업무시간 안 회식 비중이 늘어나는지, 청탁금지법 한도 상향과 경기 부진 중 어느 쪽이 저녁 모임에 더 크게 작용하는지, 법인카드 유흥 결제가 3년 연속 줄어드는지가 흐름을 가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