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 표진우 (부소장)

취미로 만나는 모임은 왜 이렇게 늘었을까? 소모임 앱과 원데이클래스 공방 관찰로 본 취미 커뮤니티 문화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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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만나는 모임은 왜 이렇게 늘었을까?

취미 커뮤니티가 늘어난 출발점은 역설입니다. 혼자 노는 시대가 깊어질수록, 취향이 맞는 사람과 잠깐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갈증도 같이 커졌습니다. 2024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여가를 혼자 즐긴다는 응답은 56.6%로 가장 많았는데요, 그 옆에서 취향 기반 모임 앱 문토(munto)는 코로나19를 지나며 가입자가 300배 가까이 불었습니다. 회식이나 학연으로 묶이던 모임이 관심사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관심사가 먼저이고 관계는 나중인, 느슨한 연대의 문법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목차

금요일 저녁 향초 공방에서 본 낯선 사람 여섯 명

관찰은 어느 금요일 저녁, 성수동 골목 안쪽의 작은 향초 공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원데이클래스 예약자는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요, 서로 처음 보는 사이였습니다. 자리에 앉은 순서대로 이름표에 별명을 적었습니다. 본명 대신 "라라", "제이", "밤톨" 같은 말들이 적혔습니다. 소속을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신 "어떻게 오셨어요"가 아니라 "무슨 향 좋아하세요"가 첫 질문이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의 결이 묘했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모른 채, 왁스 온도와 심지 길이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진행자는 향을 고르는 시간마다 짧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요즘 어떤 계절 냄새가 좋은지, 집에서 촛불을 켜는 시간은 언제인지. 그 질문들이 낯선 여섯 명을 조금씩 풀어놓았습니다. 끝날 무렵 누군가 단체 채팅방을 만들자고 했고, 반은 들어오고 반은 웃으며 사양했습니다. 이 장면이 지금 취미 커뮤니티의 온도를 압축합니다. 가볍게 모이고, 깊이 캐묻지 않고, 각자 원하는 만큼만 남는 관계입니다.

같은 건물 2층에서는 도자기 소모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문 틈으로 물레 돌아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계단에는 "이번 주 클래스 마감"이라는 손글씨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골목 하나에 향초와 도자기, 그리고 위층의 독서모임까지, 취향을 파는 방들이 촘촘히 붙어 있었습니다. 십 년 전이라면 문화센터 한 곳에 몰렸을 사람들이, 이제는 취향의 결마다 다른 방으로 흩어져 모입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참여자들의 손이었습니다. 향을 고르는 동안에도 대부분 휴대폰을 들여다봤는데, 화면에는 예약 앱이 떠 있었습니다. 이번 클래스가 끝나면 다음 주에는 어떤 모임에 갈지 고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번 달만 세 번째 원데이클래스"라며 웃었습니다. 취미를 하나 정해 오래 파기보다, 여러 취향을 짧게 갈아타며 맛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비하듯 취미를 고르고, 모임도 그렇게 고르는 감각이 손끝에 배어 있었습니다.

왜 지금 취향으로 모이는가: 혼자의 시대가 만든 역설

먼저 시장의 구조를 짚어야 합니다. 과거의 모임은 대체로 소속에서 왔습니다. 회사 동아리, 동창회, 종교 공동체처럼 이미 묶인 관계 위에 취미가 얹혔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개인의 취향과 자주 어긋났다는 점입니다. 등산을 싫어해도 부서 산악회에 끌려가고, 관심 없는 종목의 회식 축구에 이름을 올려야 했습니다. 관계가 먼저 있고 활동은 부속이었으니, 취향은 늘 뒤로 밀렸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 변화가 겹쳤습니다. 하나는 시간이고, 하나는 외로움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저녁과 주말에 모임에 참여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동시에 코로나19를 지나며 관계 결핍과 개인의 외로움이 커졌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 혼자만 있고 싶지는 않은 상태. 이 어긋남이 취향 공동체 수요를 밀어 올렸다는 진단입니다.

숫자가 이 역설을 보여줍니다. 앞서 본 것처럼 여가 동반자는 혼자가 56.6%로 압도적입니다. 가족과 함께가 29.4%, 친구·연인이 11.6%로 뒤를 잇고, 동호회 회원과 함께한다는 응답은 1.6%에 그쳤습니다. 얼핏 보면 모임 문화가 위축된 것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현장의 감각은 반대였습니다. 평소에는 혼자 지내다가, 특정 취미의 순간에만 잠깐 모이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상시적 소속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켜지는 관계, 이것이 지금 취미 커뮤니티의 기본값입니다.

세대의 결도 이 변화를 밀었습니다. 회식과 접대가 관계의 문법이던 시절에는 모임이 곧 일의 연장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인맥을 넓히고, 부서 등산으로 결속을 다지는 식이었는데요, 지금의 2030에게는 그 방식이 낯섭니다. 이들은 관계를 위해 취향을 참기보다, 취향을 위해 관계를 고릅니다. 회사 밖에서, 소속을 벗은 자리에서, 오롯이 좋아하는 것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려는 태도입니다. 취미 커뮤니티는 이 태도가 만든 새로운 사교의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모임 앱과 소셜 살롱, 취미 커뮤니티의 지도

취향으로 모이려는 수요를 받아낸 것은 플랫폼이었습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소모임을 여닫는 관심사 기반 앱, 둘째는 대화와 독서 중심의 소셜 살롱, 셋째는 하루짜리 체험을 파는 원데이클래스 마켓입니다. 각자 결이 다르지만, 관심사를 접점으로 낯선 사람을 잇는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성장세가 이 흐름을 증언합니다. 관심사 기반 모임 앱 문토(munto)는 2021년 1월 31개 모임에 가입자 1만8000명 수준이었는데, 2022년 6월에는 신규 모임 9300개에 가입자 23만 명으로 뛰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는 사이 사실상 300배 가까이 커진 셈입니다. 여가·취미 액티비티 마켓 프립(Frip)은 누적 회원 120만 명 가운데 MZ세대가 92%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서 살롱 트레바리(Trevari)는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100여 개 주제의 모임을 넉 달 단위로 굴립니다. 영상과 질문을 매개로 이야기하는 넷플연가는 참여자의 20대 48%, 30대 45%로 2030 비중이 93%에 달했습니다.

유형대표 서비스특징만나는 방식
관심사 기반 소모임 앱문토·소모임취미별 정기·번개 모임 개설앱에서 모임 검색·신청
소셜 살롱트레바리·넷플연가·남의집독서·대화·취향 나눔기수제, 유료 멤버십
원데이클래스 마켓프립·클래스101·솜씨당·탈잉하루 완결형 체험·배움클래스 단건 결제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만나는 방식"의 결제 단위입니다. 상시 회원이 아니라, 모임 한 건이나 기수 한 번으로 관계를 사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다이티(Dighty)가 트렌드 코리아 2025의 원포인트업 키워드로 관련 앱 38개를 분석한 결과, 클래스·자료형 앱이 상위 10위권에 네 개나 올랐습니다. 배움과 취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취미 커뮤니티가 자기계발 시장과도 겹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관심사가 먼저, 관계는 나중: 느슨한 연대의 문법

향초 공방에서 본 별명 문화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취미 커뮤니티를 관통하는 정서는 "느슨한 연대"입니다. 격식은 지키되 사생활은 캐묻지 않고, 취향은 공유하되 관계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끈끈함을 앞세우던 예전 동호회와 결이 다릅니다. 관심사가먼저 있고, 관계는 그 위에 얹히거나 얹히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익명성이 오히려 대화를 연다

별명으로 부르는 관습은 진입장벽을 낮춥니다. 직업과 나이를 지운 자리에서는 위계가 흐려지고, 취향만 남습니다. 소셜 살롱에서 흔히 쓰는 방식인데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책 한 권, 영화 한 편을 두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관계의 서사를 쌓는 대신, 관심사의 밀도로 대화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인기 카테고리가 말해주는 취향의 지형

문토 내부의 인기 순위를 보면 문화예술이 24%, 운동·액티비티가 20%, 푸드·드링크가 20%로 나타났습니다. 책과 그림, 러닝과 클라이밍, 와인과 커피가 비슷한 무게로 사람들을 모읍니다. 활성 사용자의 60%가 25~34세라는 점도 이 지형을 설명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유입도 빨라지고 있어서, 취향 공동체가 특정 세대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한 가지 오해를 짚자면, 느슨하다는 말이 얕다는 뜻은 아닙니다. 넷플연가는 3개월 동안 최대 12명이 4회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짧게 스치는 관계 같아도, 같은 사람과 여러 번 마주치며 대화가 깊어지는 설계입니다. 강도는 낮추되 빈도로 밀도를 만드는 방식인데요, 이 균형이 오래 남는 커뮤니티와 한 번 쓰고 사라지는 모임을 가릅니다.

동호회는 어떻게 달라졌나: 통계로 본 참여의 얼굴

전통적 동호회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얼굴이 바뀌었습니다. 체육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한다는 비율은 11.3%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습니다. 취향 앱이 뜨는 와중에도 오프라인 동호회의 기반은 오히려 조금 두꺼워졌습니다. 온라인에서 모임을 찾고, 오프라인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이중 구조가 자리 잡은 결과로 보입니다.

가입 종목을 보면 축구·풋살이 22.9%로 가장 많고, 배드민턴 12.3%, 탁구 10.5%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앞으로 가입하고 싶은 종목은 골프 12.7%, 요가·필라테스 10.7%, 수영 9.9% 순으로, 지금 하는 종목과 하고 싶은 종목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있었습니다. 이 간극이 새 취미 커뮤니티가 파고드는 틈입니다.

지표수치출처 맥락
여가를 혼자 즐김56.6%국민여가활동조사 동반자 항목
동호회 회원과 함께1.6%국민여가활동조사 동반자 항목
체육 동호회 가입률11.3%전년比 +1.1%p
프립 회원 중 MZ92%누적 회원 120만 명 기준

숫자를 겹쳐 읽으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사람들은 평소 혼자 지내되, 하고 싶은 취미가 생기면 앱을 열어 모임을 찾고, 마음에 들면 오프라인 동호회로 옮겨 갑니다. 상시 소속과 일회성 체험 사이, 그 중간 지대에 지금의 취미 커뮤니티가 넓게 퍼져 있습니다.

취미 커뮤니티, 처음 발 들이는 4단계 가이드

관찰만 하다 직접 문을 두드려 보고 싶다면,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순서가 있습니다.

  • 1단계, 취향의 온도 정하기. 배움이 목적인지, 사람이 목적인지 먼저 구분합니다. 배움이면 원데이클래스, 사람이면 정기 소모임이나 살롱이 맞습니다.
  • 2단계, 일회성부터 시작. 첫 모임은 부담 없는 단건 클래스로 고릅니다. 향초·도자기·드로잉처럼 두세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오는 체험이 진입에 좋습니다.
  • 3단계, 빈도로 관계 쌓기. 마음이 맞으면 기수제 살롱이나 정기 동호회로 옮겨,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만나 봅니다. 밀도는 빈도에서 나옵니다.
  • 4단계, 온·오프라인 병행. 앱으로 정보를 얻되 몸으로 하는 활동을 한 가지는 둡니다. 러닝이든 배드민턴이든, 오프라인 접점이 커뮤니티를 오래 가게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모든 모임에 끝까지 남을 필요는 없습니다. 느슨한 연대의 미덕은 떠남이 자연스럽다는 데 있습니다. 맞지 않으면 조용히 다음 취향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취미 커뮤니티는 평생 소속이 아니라, 지금의 관심사에 잠깐 머무는 정거장에 가깝습니다.

FAQ

취미 커뮤니티, 낯을 많이 가려도 시작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오히려 별명 문화와 관심사 중심 대화가 낯가림을 덜어 줍니다. 소속이나 사생활을 묻지 않는 자리가 많아, 취향 이야기만으로 두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대화보다 손을 움직이는 원데이클래스형 모임이 부담이 적습니다.
비용은 보통 얼마나 드나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원데이클래스는 재료비 포함 단건 결제가 일반적이고, 소셜 살롱은 기수제 멤버십으로 몇 달 단위 회비를 냅니다. 관심사 기반 앱의 번개 모임은 참가비가 낮거나 각자 부담인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단건 체험으로 결을 확인한 뒤 정기 모임으로 넘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2030만 참여하는 문화인가요? 시작은 MZ세대가 이끌었습니다. 프립 회원의 92%가 MZ세대였고, 넷플연가 참여자의 2030 비중도 93%에 달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중장년층 유입이 빨라지고 있어, 세대 구성이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종목과 플랫폼에 따라 연령대 분포가 크게 다릅니다.
기존 동호회와 무엇이 다른가요? 관계의 순서가 다릅니다. 예전 동호회는 소속이 먼저였고 취미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관심사가 먼저이고 관계는 선택입니다. 강도는 낮추되 빈도로 밀도를 만들고, 떠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느슨한 연대가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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