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2 · 강민서 (수석연구원)

빵지순례는 왜 동네 빵집을 여행지로 만들었나: 2030 소비와 지역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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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지순례는 왜 동네 빵집을 여행지로 만들었을까

한국에서 빵은 매일 먹는 끼니보다 '찾아가서 경험하고 인증하는 음식'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 수요가 동네 빵집을 여행의 목적지로 바꿨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6년 5월 전국 만 19~69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81.1%가 지역 빵집에 가 본 적이 있었고 20~30대의 약 30%는 빵 때문에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을 계획해 봤습니다. 한국경제가 보도한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전국 제과점 사업자는 2만4,775곳으로 1년 새 4.6% 늘었습니다.

빵지순례는 '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말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을 찾아 일부러 그 도시까지 가는 여행 문화를 가리킵니다.

목차

외식업이 줄 때 제과점은 1년 새 4.6% 늘었다

국세청 통계에서 1년 동안 제과점은 1,095곳 늘고 한식음식점은 6,547곳 줄었습니다. 제과점은 2만3,680곳에서 2만4,775곳으로, 한식음식점은 40만9,163곳에서 40만2,616곳(−1.6%)으로 바뀌었습니다. 늘어난 제과점 수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3곳꼴로 빵집이 새로 생긴 셈입니다. 경북일보도 대구·경북에서 커피는 지고 베이커리가 뜬다고 전해 이 변화가 수도권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 줬습니다.

시장도 커졌습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삼일PwC 추산으로 2025년 국내 베이커리 시장은 13조6,230억 원이고 최근 5년 연평균 증가율은 8%입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약 4억1,100만 원으로 치킨(약 2억8,000만 원)의 1.47배, 커피전문점(약 2억2,000만 원)의 1.87배입니다. 사업자 수는 전체 사업자를, 매출은 가맹점을 기준으로 한 숫자라 둘이 가리키는 범위는 다릅니다.

빵을 많이 먹어서 빵집이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빵 소비량은 7.8kg으로 일본(20kg)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끼니 수요로 설명되지 않는 이 증가는 빵을 사러 '가는' 일 자체가 소비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빵지순례를 이끄는 2030은 SNS로, 4050은 추천으로 움직인다

빵지순례의 중심에는 2030이 있지만 빵집을 찾는 경로는 세대마다 다릅니다. 같은 엠브레인 조사에서 빵에 대한 관심과 선호는 여성과 20·30대에서 비교적 높았습니다. 20·30대는 SNS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반면 40대 이상은 지인 추천과 TV 프로그램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2030에게 빵집이 피드에서 '발견'하는 곳이라면 4050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곳입니다.

가 본 지역 빵집은 대전(46.2%)이 가장 많았고 서울(39.6%), 경기(24.0%), 부산(20.8%), 전북(18.1%)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전이 서울보다 6.6%p 높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성심당이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서울을 앞지른 것입니다. 찾아간 이유(복수응답)는 '맛있다고 유명한 빵이 있어서'(49.8%), '여행 중에 가 보고 싶어서'(34.3%), '지역 특색이 있는 빵이 있어서'(25.3%), '빵 자체를 좋아해서'(25.0%) 순이었습니다. 다녀온 뒤 만족도는 81.8%, 재방문 의향은 88.3%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흐름이 더 선명합니다. 동아일보는 서울 망원동 빵집 '후와후와' 앞에 평일 오후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인기 빵을 사는 일을 공연 티켓 예매에 빗댄 '빵케팅'이라는 말도 MZ세대 사이에서 쓰였습니다. 2030에게 빵은 사진으로 남기고 목록을 채워 가는 수집 대상입니다.

빵값 부담에도 빵지순례가 퍼진 이유

빵이 부담 없는 사치이자 짧은 여행의 목적이 됐기 때문입니다. 응답자의 88.5%가 최근 빵값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지만 62.9%는 빵을 고를 때 가격보다 맛과 품질을 먼저 본다고 했습니다. 큰 지출을 줄인 소비자에게 몇천 원에서 만 원대로 확실한 만족을 주는 빵은 '감당할 수 있는 사치'입니다.

여행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2030의 약 30%가 빵 때문에 짧은 여행을 계획해 봤다는 응답은 한 도시의 한 가게를 목표로 떠나는 여행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 줍니다. 87.1%는 유명 지역 빵집이 지역 관광자원이 된다고 봤고 60.0%는 로컬 빵집 방문이 필수 여행 코스가 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손님을 불러온 것은 광고보다 입소문이었습니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을 사는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로 설명했습니다. 이세종경제에 따르면 성심당 운영사 로쏘의 2025년 광고선전비는 3억4,600만 원으로 매출의 0.13%에 그쳤습니다. 같은 해 대전시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건수의 57%(1만94건, 3억400만 원어치)가 성심당 상품이었습니다. 빵이 선물과 기념품의 자리까지 차지한 것입니다.

성심당 매출 5.39배, 빵집 하나가 지역 상권을 바꾼다

빵지순례의 경제 효과가 가장 크게 드러난 곳은 성심당이 있는 대전입니다. 로쏘 매출은 2020년 488억 원에서 2025년 2,629억 원으로 5년 만에 5.39배가 됐습니다. 연평균으로는 약 40%씩 늘었습니다.

연도로쏘 매출전년 대비
2020488억 원기준 연도
2021628억 원+28.7%
2022817억 원+30.1%
20231,243억 원+52.1%
20241,937억 원+55.8%
20252,629억 원+35.7%

대상: 성심당 운영사 로쏘. 출처: 이세종경제. 전년 대비 증감률은 연도별 매출로 계산했습니다.

2025년 영업이익은 643억 원(영업이익률 24.4%)으로 상미당홀딩스(260억 원)와 CJ푸드빌(282억 원)을 합친 542억 원보다 101억 원 많았습니다. 대전에서만 파는 빵집이 대형 베이커리 기업 두 곳의 이익 합계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만 산다'는 희소성이 규모를 이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빵집 한 곳의 인기는 도시 소비로 번집니다. 한국경제는 이런 빵집을 상가에 사람을 끌어오는 '앵커 테넌트(핵심 집객 점포)'로 설명합니다. 빵을 사러 온 사람이 주변 식당·카페·숙소에서도 돈을 쓴다는 것입니다.

지역(기준)대표 빵집빵집 지표생활업종 카드 결제
대전 중구(2025년 4분기)성심당제과점 결제액 +17.4%(전국 +9.0%)4,746억 원, +5.5%(전국 +3.6%)
군산(2025년)이성당매출 298억 원, 역대 최대5,203억 원, +5.7%
천안뚜쥬루매출 +24%+4.1%

출처: 한국경제 「베이커노믹스…빵지순례에 상권도 뜬다」

대전 중구의 제과점 결제액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1.93배였습니다. 군산의 카드 매출 증가는 관광객이 4.7%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됐습니다. 경기도가 도정 뉴스로 추천 빵집을 소개하는 등 지자체도 빵을 관광 자원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픈런과 빵플레이션이 드러낸 빵지순례의 그늘

사람이 몰리는 만큼 줄과 가격에 대한 피로도 커지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69.6%는 빵지순례 열풍으로 지나친 오픈런(개점 전부터 줄 서기)과 웨이팅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60.6%는 지역 빵집 가격만 오르고 있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빵값 부담을 느낀다는 88.5%와 함께 보면 열풍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 대한 피로가 쌓이고 있습니다.

줄은 공간의 한계에서도 생깁니다. 식신에 따르면 강릉 만동제과는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손님이 적어 입구에 늘 긴 줄이 섭니다. 관광객에게 줄 서기는 경험의 일부지만 주민에게는 매일 빵을 사기 어렵게 만드는 벽입니다. 매출은 커져도 '동네 빵집'이라는 정체성은 흔들리는 셈입니다.

제도의 빈틈도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은 2026년 1월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 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베이커리카페는 제과점업으로 분류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커피전문점은 받을 수 없습니다. 국세청은 이 차이가 상속세 회피에 쓰이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한국 빵집은 왜 일본보다 5배 많을까

답은 빵집이 맡은 역할의 차이에 있습니다. 일본 빵집이 매일 사 먹는 주식을 파는 '일상형'이라면 한국 빵집은 방문·선물·인증 수요에 기대는 '목적지형'에 가깝습니다.

한국경제가 정리한 비교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빵집은 한국 54곳, 일본 10곳으로 한국이 5.4배입니다. 반면 1인당 연간 빵 소비량은 한국 7.8kg, 일본 20kg으로 한국이 일본의 39%에 그칩니다. 1인당 소비량에 10만 명을 곱해 빵집 수로 나누면 빵집 1곳당 연간 소비량은 한국 약 14.4t, 일본 200t입니다. 빵집 밖에서 산 빵까지 포함한 값이지만 일본 빵집 한 곳이 소화하는 빵이 한국의 약 13.8배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사는 동네의 빵집을 돌고 한국에서는 KTX를 타고 다른 도시의 빵집에 다녀옵니다.

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영국 가디언은 2025년 4월 파리 크루아상 투어부터 한국 빵집까지 이어지는 '베이커리 순례자(bakery pilgrims)'를 다뤘습니다. 세계 베이커리 시장은 2023년 4,956억 달러에서 2030년 7,141억 달러로 연평균 약 5.4% 커질 전망입니다. 기간은 다르지만 한국 시장의 최근 5년 연평균 8%보다 낮은 속도입니다. 한국의 1인당 하루 빵 소비량은 2010~2023년에 약 31% 늘었지만 여전히 일본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일상에서 먹는 빵이 더 늘어날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빵지순례 다음 흐름과 개인·브랜드·지역이 읽을 신호

빵지순례는 계속되겠지만 멀리 한 번 다녀오는 원정형과 사는 동네에서 좋은 빵집을 찾는 생활형으로 나뉠 것입니다. 재방문 의향이 88.3%인 만큼 수요는 이어지는 반면 오픈런 피로와 가격 불신도 함께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빵이 지역 정체성이 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전역 앞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해 왔고 '대전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빵지순례의 가장 큰 이유가 됐습니다. 광주·전남의 '가루쌀 빵지순례'처럼 지역 재료가 새 메뉴가 되고 아주경제 보도처럼 유통업계는 지역 빵집을 수도권으로 데려오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여행의 무게중심이 유명한 빵을 사는 데서 지역의 재료와 이야기를 사는 쪽으로 옮겨 갈 것으로 봅니다.

  • 개인: 줄과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먼 원정보다 사는 동네의 좋은 빵집을 찾는 쪽이 실속 있는 선택이 됩니다.
  • 브랜드: 오픈런 피로(69.6%)와 가격 불신(60.6%)은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신호입니다. 예약·번호표 같은 대기 관리와 가격 근거 공개가 다음 경쟁력입니다.
  • 지역: 빵집 한 곳에 몰리는 방문객을 주변 상권으로 나누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주민 전용 시간대와 일본식 빵 축제, 동네 스탬프 투어를 참고할 만합니다.

빵 한 봉지가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이 된 만큼 그 기억이 오래가려면 줄을 서는 방문객과 매일 빵을 사는 주민이 함께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빵지순례는 무슨 뜻인가요?'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말로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을 찾아 일부러 그 도시까지 가는 여행 문화를 뜻합니다. 2026년 5월 조사에서 만 19~69세의 81.1%가 지역 빵집에 가 봤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대전(46.2%)이었습니다.
빵을 덜 먹는데 빵집이 많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한국의 1인당 연간 빵 소비량은 7.8kg으로 일본의 39%지만 인구 10만 명당 빵집은 54곳으로 일본의 5.4배입니다. 끼니보다 방문·선물·인증 수요가 빵집을 늘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빵지순례가 지역 경제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2025년 4분기 대전 중구의 제과점 카드 결제액은 17.4% 늘어 전국 평균(9.0%)의 1.93배였습니다. 군산도 관광객이 늘면서 생활업종 카드 매출이 5.7% 늘었습니다. 다만 긴 대기와 가격 상승은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빵지순례 열풍은 계속될까요?재방문 의향이 88.3%라 수요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오픈런 피로와 가격 불신이 쌓이면서 멀리 가는 원정형과 동네에서 찾는 생활형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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