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은 역대 최저인데 서점과 도서전은 왜 붐빌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인의 독서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갈라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로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았지만, 같은 조사에서 20대 독서율은 75.3%로 오히려 전보다 0.8%포인트 올랐습니다. 2026년 6월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은 개장 두 시간 만에 인기 굿즈가 품절될 만큼 붐볐고, 금요일 밤 북카페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책을 아예 펴지 않는 다수와, 독서를 취향이자 정체성으로 소비하는 소수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인데요. 일상문화연구소 ECRI가 도서전 대기줄과 북카페, 지하철 객차 안에서 이 갈라진 풍경을 관찰해 텍스트힙이라 불리는 독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목차
- 금요일 밤 북카페와 도서전 대기줄에서 본 것들
- 숫자로 보는 독서의 양극화: 38.5%와 75.3% 사이
- 텍스트힙이란 무엇일까: 독서가 취향이 된 과정
- 공간의 변화: 도서전, 대안 도서전, 그리고 동네 서점
- 일상에서 독서 문화의 변화를 관찰하는 법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금요일 밤 북카페와 도서전 대기줄에서 본 것들
지난 6월 마지막 주, 연구소는 사흘에 걸쳐 세 곳을 걸었습니다.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마포의 북카페 두 곳, 그리고 퇴근 시간대 2호선 객차입니다.
도서전 첫 관찰일이던 금요일 오전, 개장 40분 전인데 입장 줄은 이미 전시장 모퉁이를 돌아 있었습니다. 줄의 앞쪽은 대부분 20~30대였고, 손에는 에코백과 접이식 카트가 들려 있었는데요. 옆에 선 20대 방문객은 출판사 부스 지도를 형광펜으로 칠해 왔습니다. 목표는 책 한권과 특정 출판사의 한정판 굿즈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도서전에서는 개장 두 시간 만에 주요 굿즈가 품절된 부스가 속출했습니다. 책보다 굿즈가 주인공이 됐다는 지적과, 어쨌든 젊은 독자가 책의 공간에 모였다는 반론이 같은 현장에서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밤의 북카페는 다른 결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9시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두 시간 동안 좌석 36석을 세어보니 혼자 온 손님이 27명이었고, 그중 19명이 종이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노트에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 손님이 여섯 명, 책 두 권을 번갈아 읽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몇년 전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이 줄지어 빛나던 풍경과 비교하면, 종이와 펜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엇는데요. 사장님은 "필사 노트를 팔기 시작한 뒤로 주말 예약이 찼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철 관찰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퇴근길 2호선 한 칸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을 어깨너머로 스치듯 보면, 전자책 앱 화면이 드문드문 섞여 있었습니다. 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책의 형태가 바뀌고, 읽는 장소가 이동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 장면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들른 광화문의 대형서점에서도 배치의 변화가 읽혔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베스트셀러 매대가 아니라 필사 노트와 만년필, 북램프를 모아 둔 문구 매대였습니다. 소설 코너 옆에는 완독을 돕는 독서 기록장이 쌓여 있었고, 계산대 앞 줄에서는 책과 노트를 함께 든 손님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읽는 행위에 딸린 도구와 경험을 함께 파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매대의 위치가 먼저 말해주고 있었는데요.
숫자로 보는 독서의 양극화: 38.5%와 75.3% 사이
핵심은 평균이 아니라 간극입니다.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 연간 독서량은 2.4권, 평일 평균 독서 시간은 18.2분에 그쳤습니다.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30년 동안 반 토막 난 성인 독서율
| 조사 연도 | 성인 종합독서율 |
|---|---|
| 2013년 | 72.2% |
| 2015년 | 67.4% |
| 2021년 | 47.5% |
| 2023년 | 43.0% |
| 2025년 | 38.5% |
10여 년 사이 성인 독서율은 72.2%에서 38.5%로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그런데 연령별로 쪼개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연령과 소득이 가른 독서의 풍경
| 구분 | 종합독서율 |
|---|---|
| 20대 | 75.3% |
| 30대 | 66.4% |
| 40대 | 41.0% |
| 50대 | 26.9% |
| 60세 이상 | 14.4% |
20대의 독서율은 75.3%로 60세 이상의 다섯 배가 넘고, 직전 조사보다 오히려 올랐습니다. 소득 격차도 뚜렷한데요.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 집단의 독서율은 13.4%인 반면 500만 원 이상 집단은 56.1%였습니다. 독서가 전 국민의 기본 습관에서, 특정 세대와 계층의 선택적 취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매체의 이동도 함께 봐야 합니다. 성인 전체의 종이책 독서율은 28.8%, 전자책은 17.8%지만 20대만 보면 전자책 독서율이 59.4%로 종이책 45.1%를 앞질렀습니다. 지하철 객차에서 종이책이 드물었던 이유가 통계로도 설명이 되는 셈입니다. 읽는 사람이 줄었다기보다, 읽는 행위가 화면 속으로 들어가 눈에 덜 띄게 된 측면이 있는 것인데요.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고, 스마트폰과 영상 등 다른 매체 이용이 성인의 24.3%로 뒤를 이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4.6%, 연간 독서량은 31.5권으로 성인과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 역시 직전 조사보다 소폭 줄었습니다. 학교라는 환경이 받쳐 주는 동안에는 읽다가, 사회에 나오면서 읽기를 놓는 구조가 수치에 그대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결국 문제는 취향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라는 점을, 통계가 반복해서 가리키고 있습니다.
텍스트힙이란 무엇일까: 독서가 취향이 된 과정
텍스트힙은 텍스트와 힙을 합친 말로,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멋있고 희소한 취향으로 여기는 문화를 가리킵니다. 영상과 숏폼이 기본값이 된 시대에 종이책은 오히려 희소해졌고, 희소한 것은 취향의 표지가 됩니다. 인스타그램에 책 표지와 밑줄 사진을 올리는 북스타그램, 소셜미디어에서 완독 인증을 공유하는 문화가 그 표현형입니다.
배경에는 화면 피로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숏폼을 넘기다 보면 시간은 사라지는데 남는 것이 없다는 감각이 쌓이는데요. 종이책은 그 반대편에 있는 물건입니다. 시작과 끝이 있고, 손에 잡히는 두께만큼 진도가 보이고, 알림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독서가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이자 자기 회복의 의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읽기가 의무였던 세대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읽기가 선택이 된 세대에게 책은 오히려 신선한 매체인 셈입니다.
흐름에 불을 붙인 사건은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습니다. 수상 직후 서점에는 오픈런이 벌어졌고, 데일리안의 2025년 출판 결산은 노벨문학상 여파로 확산한 텍스트힙 트렌드가 출판 시장에 젊은 독자를 유입시켰다고 정리했습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약 15만 명이 몰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읽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관찰과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 필사: 마음에 남는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방식입니다. 북카페에서 확인했듯 전용 노트와 만년필까지 갖춘 필사족이 늘고 있습니다.
- 교환독서: 밑줄과 짧은 메모를 남긴 책을 서로 바꿔 읽으며 감상을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 병렬독서: 성격이 다른 책 두세 권을 동시에 읽어 나가는 방식으로, 짧은 집중 시간에 맞춘 독서법입니다.
물론 보여주기식 독서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읽지 않고 전시만 한다는 지적인데요. 다만 생활문화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시욕이든 과시든 책이라는 물건을 다시 일상의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입니다. 혼자 읽는지 조차 드러나지 않던 행위가 공유되는 행위로 바뀌면, 주변으로 번질 통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 같은 유료 커뮤니티가 자리 잡은 과정도, 읽기가 사회적 활동이 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간의 변화: 도서전, 대안 도서전, 그리고 동네 서점
읽기의 변화는 공간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책의 공간이 판매의 장소에서 머무는 장소로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변화의 확대경입니다. 2026년 도서전은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고, 오마이뉴스 현장 기사가 전하듯 개장 시간부터 전시장이 가득 찼습니다. 동시에 균열도 보였습니다. 도서전의 상업화와 굿즈 중심 운영을 비판하는 출판사들이 을지로와 노들섬에서 각각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이라는 대안 도서전을 열었고, 독립·중소 출판사와 독자들이 그쪽으로도 모였습니다. 하나의 큰 행사가 여러 개의 작은 행사로 갈라지는 모습은, 취향 소비가 세분화되는 다른 영역의 풍경과 정확히 겹칩니다.
동네 단위에서는 북카페와 독립서점이 제3의 공간 역할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커피를 파는 서점, 술을 곁들이는 심야 책방, 한 시간 단위로 좌석을 파는 독서실형 북라운지까지 형태도 여러 갈래인데요. 마포 관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체류 시간입니다. 손님들은 평균 두 시간 가까이 머물렀고, 책을 사지 않아도 입장료나 음료값으로 공간에 값을 치렀습니다. 책을 파는 마진보다 머무는 시간을 파는 구조가 동네 책 공간의 생존 공식이 되어가는 셈입니다.
이 변화가 오래갈지는 아직 단정할수 없습니다. 독서율 하락이라는 큰 물살은 여전하고, 텍스트힙이 유행어로 소비되고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20대 독서율이 유일하게 오르고, 도서전이 갈라지면서도 커지고, 동네에 책 공간이 다시 생겨나는 2025~2026년의 장면은 기록해 둘 가치가 있습니다.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남는 것이 생활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독서 문화의 변화를 관찰하는 법
거창한 조사 없이도 동네에서 이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가 쓰는 방법을 네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초보자도 주말 하루면 충분합니다.
- 고정 지점 정하기: 동네 카페나 북카페 한 곳을 정해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2~3회 방문합니다. 좌석 수와 혼자 온 손님, 종이책·전자책·노트북의 비율을 세어 봅니다.
- 이동 공간 살피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칸을 정해 읽는 사람의 수와 매체를 기록합니다. 종이책만 세면 착시가 생기니 전자책 앱 화면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 공간의 변화 추적하기: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의 신간 매대, 필사 노트·굿즈 진열 여부, 독서모임 공지문 같은 물건의 배치 변화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 통계와 대조하기: 관찰 메모를 국민독서실태조사 같은 공식 통계와 나란히 놓고, 내 동네가 평균보다 앞서 있는지 뒤처져 있는지 가늠해 봅니다.
기록은 짧아도 좋습니다. 날짜와 장소, 세어 본 숫자 세 줄이면 훗날 비교할 기준점이 됩니다. 관찰이 쌓이면 유행 기사 한 편보다 정확한 나만의 생활사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는데요, 이것이 일상문화연구소 ECRI가 권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연구입니다.
FAQ
텍스트힙은 진짜 독서 문화일까요, 보여주기일까요?
둘 다입니다. 완독 없이 인증만 소비되는 사례도 분명 있지만, 2025년 조사에서 20대 독서율이 75.3%로 유일하게 상승한 것을 보면 실제 읽기로 이어지는 비중도 확인됩니다. 과시로 시작해도 습관으로 남는 경우가 있어, 유행의 입구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성인 독서율 38.5%는 어떤 조사에서 나온 수치인가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입니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1년간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성인의 비율로,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입니다. 연간 독서량은 2.4권, 평일 독서 시간은 18.2분이었습니다.전자책이나 오디오북도 독서로 집계되나요?
집계됩니다. 종합독서율은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모두 포함한 수치입니다. 성인 기준 종이책 28.8%, 전자책 17.8%, 오디오북 4.5%였고, 20대는 전자책 독서율이 59.4%로 종이책을 앞질렀습니다. 지하철에서 종이책이 드물어 보여도 실제 읽기는 화면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독서 습관을 새로 들이고 싶다면 어디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공간부터 정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집 근처 북카페나 도서관에 요일과 시간을 고정해 방문하면 의지보다 환경이 습관을 만들어 줍니다. 짧은 집중에는 병렬독서나 필사처럼 부담이 낮은 방식이 잘 맞고, 혼자가 어렵다면 동네 독서모임이나 유료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GovernmentService)
- 문체부,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발표...성인 독서율 38.5% (ZDNet Korea)(NewsArticle)
- 서울국제도서전 흥행→젊은 독자·출판인 활약, '텍스트힙'이 이끈 변화 [2025 대중문화 결산-출판] (데일리안)(NewsArticle)
- 주인공은 책 아닌 한정판 굿즈?···서울국제도서전 흥행의 '빛과 그림자' (경향신문)(NewsArticle)
- 종이책의 위기? 코엑스에서 찾은 '희망의 풍경' (오마이뉴스)(NewsArticle)